갤럭시 폴드를 보고⋯ “소프트웨어 혁신 기대해”

예고대로였다. 반접은 종이를 펼치듯 4.6인치 스마트폰은 가능할리 없다 생각을 깨고 7.3인치 태블릿이 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는 사라졌다. 두 스크린은 이음새 없이 매끄러웠다. 그 비밀은 인폴드와 듀얼 스크린(전면 OLED 디스플레이,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이었다. 갤럭시 폴드의 마법에 언팩 행사 장내에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후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왠지 씁쓸했다. 세계 최초에 목매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하드웨어 제조사란 딱지를 아직 때지 못한 듯했다.

한 손에 들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대략 4~6인치대다. 그보다 큰 디스플레이의 기기는 태블릿으로 구분된다. 20~32인치대는 모니터로, 32인치 이상 크기의 TV로 구분된다. 이는 사용자 경험에 의해 결정되어 온 폼팩터별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 크기다.

갤럭시 포드 스마트폰 모드. 전면 프레임의 화면 영역은 4분 3이다.

펼치면 7.3인치로 태블릿 모드가 된다.

크기 못지않게 비율의 의미에도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디스플레이는 눈으로 ‘본다’는 사용자 경험과 직결된다. 3:2 비율의 아날로그 방송에서 16:9 디지털 방송으로, 최근에는 시네마 디스플레이라는 극장에 가까운 비율의 21:9 와이드 비율로 넘어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비율은 사람의 시야에 가까워지며 같은 크기에서 더 나은 몰입감을 제공하도록 변화해왔다. 아이폰6~8까지 16:9를, 아이폰 X에 이르러 19.5:9(21:9 유사)로 디스플레이 비율이 바뀌었다. 시대마다 주류였던 영상 콘텐츠를 레터박스 없이 가득 채울 수 있는 비율이다. 더 나은 영상 경험이 스마트폰에서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비율에는 단순한 크기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크기와 비율이 기기의 용도, 즉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것이다.

갤럭시 폴드를 보자. 접으면 4.6인치, 펼치면 7.3인치다. 차이는 단 1.7인치다. 220만 원의 최고가 스마트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시장의 주류와 동떨어진 4인치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갤럭시 폴드가 경쟁할 하이엔드 라인업은 6인치 패블릿폰이 주를 이루며 7인치 태블릿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태블릿은 10인치를 넘어 12인치로까지 커졌다.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4.6인치와 7.3인치,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 크기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16:9비율의 영상을 본다 한들 16에 해당하는 가로 길이에는 변함이 없다. 16:9 영상을 4:3 비율로 잘라 보지 않는 한 접든 펼치든 영상 크기는 그대로란 이야기다. 남은 것은 비율이다. 갤럭시 폴드를 접어 21:9에서 4:3으로 비율이 바뀐다 한들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달라질까?. 7~10인치 넷북, 7~8인치 태블릿의 사용해봤다면 답은 나온다. 21:9에서 4:3으로의 비율 변화는 의미있지만, 7.3인치라는 크기로는 더 나은 작업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삼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제조사로서는 가히 세계 최고의 지위를 지켜왔다. 그런 삼성이기에 이제는 달라야 했다. 시장 트렌드에 역행(디스플레이 크기와 비율)하며 접을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듯한 갤럭시 폴드를 내놓을 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더 고심해야 했다.

스마트폰에서 이미 하드웨어 경쟁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쟁의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졌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기기가 처리할 수 없던 일을 해내는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가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다음의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TV, 냉장고, 스피커, 에어콘, 보일러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미래에 스마트폰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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