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vs 토론의 달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싱크 콘퍼런스(Think Conference)에서 이색 대결이 펼쳐졌다. IBM 인공지능 ‘미스 디베이터(Miss Debater)’와 2012년 유럽 토론회 우승자이자 2016년 세계 토론회 결승전 진출자 ‘하리시 나타라잔(Harish Natarajan)’이 유치원 정부 보조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기자 100여 명을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지역 최고 논객, 학생 등 7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25분간 각자의 주장과 반박이 오가는 토론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인간이 승리했지만 매우 흥미진진한 대결이었다는 평이다. 바둑, 도타2, 스타크래프트 등 인공지능과 대결에서 줄줄이 패한 인류에게 희소식이다.

사람 키 정도의 검은색 박스에 작은 디스플레이가 있는 미스 디베이터는 IBM이 6년 전부터 ‘프로젝트 디베이터(Project Debater)’라는 토론 전용으로 개발해 온 인공지능이다. 이번 토론에서 100억 개 이상의 문장으로 구성된 기사, 잡지, 논문 등을 인용해 주장을 펼쳤다.

미스 디베이터는 여성 목소리로 “당신이 인간들의 토론회 챔피언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당신은 기계와 토론한 적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에 온 걸 환영한다.”라는 도발적인 농담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미스 디베이터는 유치원 보조금이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닌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도덕적 정치적 의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맞서 하리시 나타라잔은 너무 잦은 보조금이 중산층에게 정치적 목적을 위한 상금, 경품처럼 작용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논거를 만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는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손짓, 표정, 말투, 감정 등을 전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은 박스에 들어가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담담히 문장을 읽는 인공지능은 이미 큰 무기를 잃은 채 시작한 것과 같다. 이번 대결에서 인간의 승리가 당연한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놀랍고 섬뜩하다. 기계가 자신을 생각을 갖고 인간과 말로 수십 분의 대결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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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라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더기어 등에서 기자 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아이폰 어디까지 써봤니?', '드론은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공저)'가 있다.

1개의 댓글

  1. 터치맨 on

    알파고 나온지 몇 년 안됐는데 벌써 대화 까지 되니 앞으로 몇년 지나면 더 발전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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